PL판례

  • [가전제품-에어컨] 노래연습장 벽걸이 에어컨의 화재로 인한 건물소손 피해사건 (서울중앙지법 2017. 8. 9, 2016가단5121010)

. 사건 개요

 

원고는 김AA와 화재보험 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한 보험회사이고, 피고는 김AA이 운영하는 부산 소재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고 한다)의 

지하 1층 ‘**노래연습장’의 5호실 벽에 설치된 벽걸이형 에어컨(이하 ‘이 사건 에어컨'이라고 한다)을 수입하여 판매한 회사이다.

2014. 8. 18. 07:10경 위 ‘**노래연습장’ 내 5호실에서 화재(이하 ‘이 사건 화재’라고 한다)가 발생하였다. 이로 인하여 김AA 소유의 이 사건 건물과 집기 비품류가 소손되어 56,841,809원 상당의

손해가 발생하였고, 노래연습장 영업을 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1,980,000원 상당의 일실수익이 발생하였다. 그리고 김AA로부터 이 사건 건물의 1층 점포를 임차하여 식당을 운영 중인 이BB는 

지하로부터 올라오는 연기를 피해 대피하다가 넘어져 외상성 뇌경막하 출혈 등의 상해를 입었다.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① 김AA에게 화재손해보험금으로 2014. 9. 19. 25,000,000원, 2014. 10. 28. 24,584,809원, 2014. 10. 28. 7,257,000원, 점포휴업손해보험금으로

2014. 10. 28. 1,980,000원, ② 이BB에게 책임보험금으로 2014. 12. 5. 2,000,000원을 지급하였다.

 

 

1)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화재는 피고가 수입ㆍ판매한 에어컨 내부 제어용 기판의 문제점 때문에 발생하였으므로 제조업자인 피고의 배타적 지배 아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러한 종류의 발화사고는 에어컨의 설계 또는 제조상의 결함이 없다면 통상 발생할 수 없는 것이므로, 피고가 제품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피고는 김AA와 이BB가 입은 재산상 또는 신체상 손해를 배상할 제조물책임을 부담한다. 그런데 원고는 김AA와 이BB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위와 같이 보험금 합계 60,821,809원을 

지급하였으므로, 보험자대위로서 피고에게 위와 같이 지급한 보험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2) 피고 주장의 요지

① 이 사건 에어컨 내부의 증발기 파열 및 알루미늄 핀 소손이 없었고 사출로 된 팬 브로워의 형태가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음은 최초 발화점이 이 사건 에어컨이 아님을 보여주는 점, 

② 에어컨에 과전류가 흐르면 기판 내부의 퓨즈가 단선되어 전원이 차단되므로 과전류로 인하여 콘덴서가 부풀어 오르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에어컨 기판 콘덴서의 내부 유전체 

일부가 부풀어 오른 것은 외부의 열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 점, ③ 콘덴서 쪽에서 발화되었다면 부품이나 배선 등이 심하게 소손되어야 하나 이 사건에서 부품이 원형 그대로 유지되어

있고 배선 색도 유지되고 있는 점, ④ 화재가 에어컨 내부 기판에서 발화된 것이라면 기판이 설치된 우측이 더 심하게 소훼되어 있어야 하나 좌측의 바람조절판 및 먼저거름필터가 더 심하게 

소훼된 점, ⑤ 연소방향은 실제로 ‘V’자 연소가 아니라 ‘ㄱ’자 연소가 되는데 이는 과학적으로 생길 수 없는 연소형태라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화재의 발화원은 이 사건 에어컨이 될 수 없다.

설령 이 사건 화재가 이 사건 에어컨 내부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김AA의 이 사건 에어컨 사용 및 관리상의 부주의 등이 화재 발생 및 확산에 기여하였으므로 책임제한이 되어야 한다.

 

. 판결 요지

1) 인정사실

이 사건 화재신고를 받고 현장을 조사한 부산기장소방서는 이 사건 화재의 원인에 관하여 이 사건 에어컨의 소훼가 심하고 주변 특이점이 식별되지 않는 점에서 이 사건 에어컨 내 PCB기판의 

콘덴서 및 배선접속 커넥터 등에서 미확인 단락으로 발생한 불씨가 케이스 합성수지재 등에 착화되어 벽체 및 천장을 따라 연소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부산기장소방서가 참조한 한국폴리텍대학 권○○교수의 감식결과도 이 사건 에어컨 송풍기 전원 커넥터의 접촉 불량에 의한 발열이 발화열원인 것으로, 기판에 접속되는 커넥터의 핀과 

송풍기 모터에 연결되는 단자와의 접촉 불량에 의해 장기적인 발열로 커넥터 플라스틱을 녹인 것이 발화요인으로 추정되고, 기판 주변에 쌓인 먼지에 최초 착화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았다.

이 사건 화재 원인을 감정한 감정인 윤CC은 발화원인에 관하여 이 사건 에어컨 제어용 기판의 모터전원 커넥터에 연결된 6가닥의 모터전원선 중 1가닥이 기판접속용 핀과의 접촉 불량으로 

저항이 증가하여 접촉 불량 지점에서 열이 발생하여 커넥터 플라스틱을 녹이고 가늘게 붙어있던 접촉점이 분리되면서 발생한 열이 기판 주변 먼지에 착화되면서 발화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2) 제조물책임의 발생

제품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소비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하였다는 점과 그 사고가 어떤 자의 과실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아니한다고 하는 사정을 증명하면, 제조업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품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한 이상 제품에 결함이 존재하고 그 결함으로 

말미암아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추정된다(대법원 2015. 2. 26, 2014다74605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화재는 피고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하였고 이러한 종류의 발화사고는 에어컨의 설계 또는 제조상의 결함이 없다면 통상 발생하지

아니한다는 사정이 증명되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피고가 이 사건 화재가 이 사건 에어컨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이 사건 에어컨에 설계 또는 제조상 결함

이 존재하고 그 결함으로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김AA와 이BB에게 이 사건 화재로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책임의 제한

다만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한 노래연습장은 지하에 위치하여 먼지가 쌓이기 쉬운데도 벽걸이 에어컨 내부의 먼지 제거 등 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불씨가 기판 주위 

먼지에 최초로 착화된 것으로 보이는 점, 위 노래연습장에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서 갖추도록 규정한 간이스프링클러설비가 설치되지 않은 점, 이BB의 상해는 이 사건 화재로

직접 입은 것이 아니라 대피하다가 넘어져 생긴 상해인 점 등이 인정되고, 이러한 사정은 이 사건 화재의 발생 및 손해 확대의 한 원인이 되었으므로, 피고의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참작하기로 

하여 피고의 책임을 70%로 제한한다.

 

. 시사점

1) 소송주체가 제조물을 구입하여 사용하다가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아니라 소비자는 화재보험금을 수령하였고 화재보험금을 지급한 보험회사가 구상권을 행사하여 소송을 제기하였다.

제조물책임소송이 이처럼 자본과 인력을 가진 보험회사가 소비자를 대위하여 소송한다는 측면에서 제조물책임에 대한 제조업자의 대책(제품안전대책과 제조물책임방어대책 등)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이다.

 

2) 증명책임에서 피해자가 일정한 정도의 정황증거나 간접사실을 증명하면 ‘사실상의 추정칙’을 적용하여 증명책임을 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사건에서도 벽걸이 에어컨에서 발화된 불씨 

때문에 화재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면 에어컨 수입ㆍ판매업체는 다른 원인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다.

 

3) 제조업자의 책임(여기서는 수입ㆍ판매업자의 책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과실상계의 원칙을 적용하였다. 과실참작 사유로 든 것은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한 노래연습장은 지하에 위치하여 

먼지가 쌓이기 쉬운데도 벽걸이 에어컨 내부의 먼지 제거 등 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불씨가 기판 주위 먼지에 최초로 착화된 것으로 보이는 점, 위 노래연습장에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서 갖추도록 규정한 간이스프링클러설비가 설치되지 않은 점, 이BB의 상해는 이 사건 화재로 직접 입은 것이 아니라 대피하다가 넘어져 생긴 상해인 점 등이 인정되고, 

이러한 사정은 이 사건 화재의 발생 및 손해 확대의 한 원인이 되었으므로, 피고의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참작하기로 하여 피고의 책임을 70%로 제한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