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판례

  • [가전제품-냉장고] 냉장고 화재로 인한 미술품 소실 피해사건 (서울고법 2015. 6. 4, 2013나2023677)

. 사건 개요

 

원고는 1995년 ○○전문대학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조형설치 미술가,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여 오고 있는 사람이고, 피고는 전기기계 기구의 제작 및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다.

2009. 12. 14. 12:07경 남양주시 (주소 생략)에 있는 원고의 부(부) 소외 1 소유의 비닐하우스(이하 ‘이 사건 비닐하우스’라 한다)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비닐하우스 파이프조 1동 65㎡ 및 그 안에 

있던 농기구와 냉장고(피고가 제조ㆍ판매한 것으로서 이하 ‘이 사건 냉장고’라 한다), 세탁기, 전기밥솥 등의 가전제품, 원고가 제작하여 보관 중이던 미술 작품 등이 전소하고, 인접한 컨테이너

1동 27㎡가 부분적으로 소실되었다(이하 ‘이 사건 화재’라 한다).

피고는 이 사건 화재 발생 후 남양주소방서와 함께 화재 현장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였고, 엘아이지손해보험 주식회사는 피고와의 보험계약에 따라 2010. 5. 13. 소외 1에게 이 사건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보험금 10,000,000원을 지급하였다.

원고는 피고가 제조한 이 사건 냉장고의 과부하 보호장치의 결함으로 인하여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하였고, 위 화재로 인하여 이 사건 비닐하우스 내에 있던 원고의 작품이 전부 소실되었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냉장고의 제조ㆍ판매자로서 제조물책임법 또는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의 법리에 따라 원고에게 이 사건 화재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화재로 소실된 원고의 미술 작품 144점의 가치 상당액인 147,550,000원 및 원고가 작품 활동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은 중견작가로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작품들의 소실로 인하여 받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50,000,000원 합계 197,55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 판결 요지

 

1.  제조물책임법에 의한 책임 인정 여부

제조물의 결함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제조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전제로 하지 않는 엄격책임으로서의 제조물책임은 제조물책임법(2000. 1. 12. 법률 제6109호로 제정되어 2002. 7. 1. 시행된

것)에서 새로이 도입되었고 같은 법 부칙 규정에 의하여 2002. 7. 1. 이후 제조업자가 최초로 공급한 제조물부터 적용되는 것이어서(대법원 2003. 9. 5. 선고 2002다17333 판결 참조),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제조물책임법에 기한 책임을 물으려면 먼저 이 사건 냉장고가 2002. 7. 1. 이후에 공급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하여야 한다.

원고는 소외 1이 이 사건 냉장고를 2003년경 신품으로 구매하였다고 주장하나, 갑 제25, 26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을 제5 내지 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원고의 남동생 소외 2는 자신이 이 사건 냉장고를 구매하여 사용하다가 이 사건 비닐하우스에

옮겨 설치하였다고 진술한 점, 이 사건 냉장고의 도어 손잡이는 피고의 1998년도 제조 모델과 같이 타원형 모양으로 되어 있고, 피고의 1999년도 제조 모델부터는 전면부 디스플레이가 있음에도

이 사건 냉장고에는 전면부 디스플레이가 없는 점, 이 사건 냉장고에서는 기계식 모델에만 사용되는 부품인 Bracket Timer가 발견된 점(피고는 1999년경부터 PCB를 사용하는 전자식 모델의 

냉장고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냉장고는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되기 전인 1998년경 제조되었고, 소외 2가 위 냉장고를 구매하여 사용하다가 이후에 이 사건

비닐하우스로 옮겨와 소외 1이 사용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냉장고가 2002. 7. 1. 이후에 공급된 제조물에 해당하여 제조물책임법이 적용되는 것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에 성능 미달 등의 하자가 있어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제조업자 측에게 민법상 일반 불법행위책임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일반 소비자로서는 그 제품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하자가 존재하였는지, 발생한 손해가 그 하자로 인한 것인지를 과학적ㆍ기술적으로 증명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따라서 소비자 측으로서는 그 제품이 통상적으로 지녀야 할 품질이나 요구되는 성능 또는 효능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등 일응 그 제품에 하자가 있었던 것으로 추단할 수 있는 사실과 제품이

정상적인 용법에 따라 사용되었음에도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제조업자 측에서 그 손해가 제품의 하자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그 제품에

하자가 존재하고 그 하자로 말미암아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ㆍ타당한 부담을 지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다(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3다16771 판결,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1다88870 판결 등 참조).

 

(1)  앞서 든 각 증거 및 갑 제2호증, 제21호증, 을 제5호증의 각 기재와 제1심법원의 남양주소방서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제1심 증인 소외 3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의 각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와 소외 1이 이 사건 냉장고를 정상적인 용법에 따라 사용하였음에도 이 사건 냉장고의 부품상의 결함과 전기 트래킹(전자제품에 묻어 있는 수분이

섞인 먼지 등에 전류가 흘러 주변의 절연물질을 탄화시키고 오랫동안 탄화가 계속되면 이 부분에 약한 전류가 흘러 발화하는 현상)의 발생이 원인이 되어 이 사건 냉장고 내부에서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고, 이로부터 이 사건 냉장고에 하자가 있었음을 추단할 수 있으며, 원고는 위 화재로 인하여 이 사건 비닐하우스에 보관하고 있던 미술 작품이 전소되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냉장고의 제조업자로서 이 사건 화재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가) 남양주소방서는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한 2009. 12. 14. 12:07경부터 그 다음 날 16:10경까지 이 사건 화재 현장을 조사한 결과 ‘소외 1이 이 사건 비닐하우스 지붕에서 불길이 솟았다고 진술

하였고, 이 사건 냉장고 하부 안의 서리제거 기동릴레이 상부에 화재 초기에 나타나는 산화흔이 관찰되고, 위 기동릴레이 단자판에서 트래킹에 의한 용융, 용단이 식별되며, 기동릴레이 하부 

바닥에 있는 목재 합판이 상대적으로 심하게 소훼되고 천공된 상태이고, 이 사건 냉장고의 하부에 연소 형태의 철판의 수열 변색, 경계흔이 보일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냉장고의 하부 안에서

용융된 냉장고 배선의 접속구와 도체가 발견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이 사건 화재는 이 사건 냉장고의 기동릴레이에서 트래킹이 발생, 기동릴레이 단자판과 접점이 용융, 용단되면서

냉장고 내부에서 발화, 주변에 보관된 물품으로 연소 진행되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나) 소비자들로서는 냉장고와 같은 가전제품의 경우 일상생활에서 상시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사용되는 제품으로 인식하고 있고, 냉장고에서 전기 트래킹 등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사례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고 볼 자료도 없어서 제조업자들로부터 내부 부품의 위험성이나 안전성에 대한 설명 등이 없는 한 제품의 안전성이나 결함 여부에 대한 주의를 기울이기 어려우며, 그 사용설명서

등에 의하더라도 이에 대한 설명이나 위험성이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지 않다. 

 

(다) 원고와 소외 1은 이 사건 비닐하우스를 주로 창고로 사용하였으나 그중 일부를 구획하여 바닥에 마루를 깔고 사람이 생활할 수 있는 주거용 공간처럼 만들고, 이 사건 냉장고는 이러한 주거용

공간에 놓여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따라서 이 사건 비닐하우스를 작물이 재배되는 일반적 비닐하우스와 동일ㆍ유사한 환경으로 볼 수는 없다).

 

(라) 이 사건 화재 이후의 현장 상황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소외 1은 이 사건 냉장고에 음식물을 보관하는 등 일반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고, 위 냉장고를 다른 용도 등으로 사용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2)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내구연한 경과 주장에 대하여 살피건대, 을 제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제3조 및 [별표 Ⅳ] 품목별 내용연수표에서 냉장고의 내용연수를 7년으로 정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

되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소비자와 사업자 사이에 발생한 분쟁이 원활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합의 또는 권고의 기준을 제시하기 위한 고시에 불과하여 위 기간이 경과한

경우에는 그 책임을 지울 수 없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피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냉장고의 내구연한이 7년이고 이 사건 화재가 위 내구연한이 지난 지 4년여가 경과한 이후에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제품의 내구연한은 해당 제품이 본래의 용도에 따라 정상적으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일 뿐이고(LG 싱싱냉장고에 관한 사용설명서인 을 제1호증

에서도 권장안전 사용기간을 7년으로 명시하면서 “권장안전 사용기간을 초과하여 사용 시 사용환경 및 제품노후로 인하여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권장안전 사용기간 내에 안전점검을 

받으시길 권장합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오늘날 일반 소비자에게 널리 보급된 대표적 가전제품인 냉장고는 제조자가 설정한 권장안전 사용기간이나 내구연한이 다소 경과되었다고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소비자의 신체나 재산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위험한 물건으로는 여겨지지 아니하므로 냉장고 등 가전제품의 제조업자로서는 그 내구연한이 다소 경과된 이후에도 정상적인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경우 제품의 위험한 성상에 의하여 소비자가 손해를 입지 않도록 그 설계 및 제조과정에서 안전성을 확보해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 할 것이어서, 이 사건 냉장고가 비록 그 내구

연한이 4년 정도 초과된 상태라고 하더라도 그 정상적인 이용 상황하에서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하였고 다른 원인으로 인한 화재 발생이 입증되지 않았다면, 이 사건 냉장고의 하자로 위 화재가 발생

하였음을 인정함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이 사건 냉장고의 자체적 결함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화재는 이 사건 냉장고의 부품상의 결함과 전기 트래킹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으로 보이고, 달리 

다른 원인으로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다) 정상적인 용법에 따른 사용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하여, 원고 및 소외 1이 이 사건 비닐하우스를 주거용 공간 내지 창고로 사용하면서 그 공간 내에 냉장고를 설치한 것에 관하여 이를 정상적인

용법에서 벗어난 사용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가사 비닐하우스가 일반 가정주택보다 온도 및 습도의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고 이러한 환경에서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장기간 사용할 경우 전기

트래킹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화재 발생의 염려가 높다면, 제조자인 피고로서는 사전에 소비자에게 그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거나 고지하여야 한다고 봄이 상당한데, 피고가 이 사건 냉장

고를 제조하여 유통시킬 당시 이러한 위험성에 관하여 소비자에게 설명, 고지하거나 경고를 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을 제1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다. 한편 원고와 소외 1이 10년 넘게 이 사건 냉장고를 사용하면서도 안전점검이나 사후점검서비스를 받지 아니하고 주기적으로 청소를 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 측의 과실이나 책임제한사유로 평가할 수 있을 뿐 이를 두고 정상적인 용법을 벗어난 사용으로서 피고의 책임 자체를 면하게 하는 사유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 또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 시사점

이 판결에서 법원은 피해자가 냉장고를 정상적으로 사용했지만 냉장고의 부품상 결함과 전기 트래킹(전자제품에 묻어 있는 수분이 섞인 먼지 등에 전류가 흐르는 현상) 탓에 냉장고 안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제조회사는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소비자들은 냉장고를 일상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사용하는 제품으로 인식하고 있고 전기 트래킹 등으로 화재가 발생한 사례도 널리 알려져 있다고 볼 자료도 없기 때문에 제조업자로부터 안전성에

대한 설명이 없는 한 주의를 기울이기 어렵고, 사용설명서 등에도 그 위험성이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지 않다고 보았다. 냉장고의 권장사용기간인 7년이 초과됐더라도 사회통념상 소비자의 신체나

재산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위험한 물건으로 여겨지지 않으므로 손해배상 책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에 제조회사는 대책이 필요하다.

이 판결은 소비자가 비록 2003년에 구입하였다고 주장하였지만, 2002년 7월 이전에 제조된 기록을 근거로 제조물책임법이 적용되지 않았고,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책임 규정을 적용하였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자가 10년 넘도록 냉장고 안전점검이나 사후점검 서비스를 받지 않았고, 하단 부분을 제대로 청소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제조회사의 책임을 70%로 제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