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판례

  • [공산품-오존발생장치] 플라즈마(오존) 발생장치의 결함으로 인한 사과 작황 피해사건의 제조물책임 성립여부 (대법원 2023. 5. 18. 선고 2022다230677 판결)

. 사건 개요

 원고는 사과농사를 하여 사과를 판매하는 사람이고, 피고는 ○○산업이라는 상호로 △△△△△이라는 플라즈마 발생장치(이하 이 사건 장치라 한다)를 제조하여 판매하는 사람이다.

 원고는 2019. 10. 9. 피고로부터 이 사건 장치를 3,000,000원에 구입하였고, 피고는 같은 날 경북 영양군 (지번 생략)에 위치한 원고의 저온창고(이하 이 사건 창고라 한다)에 이 사건 장치를 설치하였다.

 원고는 2019. 11. 5.부터 같은 달 9.까지 원고의 농장에서 수확한 사과 1,962상자(이 사건 창고에 보관된 총 1,967상자 2020. 2. 18. 실험을 위해 구입하여 보관한 5상자, 사과 총 113,813)1) 를 이 사건 창고에 보관하였는데, 2020. 1. 6. 위 사과 중 일부에 갈변 및 함몰증상(이하 이 사건 증상이라 한다)이 나타나자 피고에게 이를 통보하였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이 사건 장치에서 발생하는 오존이 주된 원인이 되어 창고에 보관된 원고의 사과에서 갈변증상 등이 발생하였고, 2020. 4.100상자를 조사한 결과 증상이 나타난 피해 사과가 약 63%라고 하였다.

 원심(대구지방법원 2022. 4. 13. 선고 2021310031 판결)은 피고가 이 사건 장치에서 발생하는 오존의 위험성을 고지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하고, 작동시간을 적정하게 설정하지 못한 과실만 인정하였다.

 

. 판결 요지

 1) 피고의 고지의무 위반에 관한 원고 상고 부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원고의 사과에서 갈변증상 등이 발생한 것은 이 사건 장치에서 발생하는 오존 농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보관하는 농작물의 종류와 창고의 여러 조건을 감안한 작동시간 설정에 상당한 주의가 필요한 사실, 피고가 교부한 사용설명서에는 이와 관련한 주의사항으로서 저장 작물의 종류에 따른 적정 시간을 설정하라거나 잘못된 시간 설정은 보관 작물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문의 후 작동하기 바란다.’는 내용으로만 표시하고, 작동방법에서 작동 시 비릿한 냄새의 원인은 오존이며, 이는 인체에 무해한 농도로 조정되어 발생된다.’고 표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장치를 제조·판매하는 피고로서는 사용설명서에서 이 사건 장치를 설치하는 창고의 조건과 원고가 창고에 보관하려는 사과에 적합한 작동시간을 표시하거나 이 사건 장치에서 발생하는 오존의 농도가 높아지면 보관하는 농작물에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오존의 부작용을 표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할 것인데, 피고가 교부한 사용설명서에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내용을 표시하는 데 그치고 있고 오히려 오존이 인체에 무해한 농도로 조정되어 발생된다.’고 표시하여 원고가 사과의 상태를 보다 주의 깊게 관찰하는 등 이 사건 장치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못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의 고지의무 위반을 부정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고지의무 위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원고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제조물책임법은 불법행위에 관한 민법의 특별법이라 할 것이므로(대법원 2018. 6. 19. 선고 201617934 판결 참조), 제조물의 결함으로 손해를 입은 자가 제조물 책임법에 의하여 손해배상을 주장하지 않고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주장하였더라도 법원은 민법에 우선하여 제조물 책임법을 적용하여야 하고, 제조물 책임법의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았지만 민법상 불법행위책임 요건을 갖추었다면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할 수도 있다.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피고 상고 부분에 대하여 살펴보면,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가 교부한 사용설명서에는 원고의 창고와 사과에 적합한 이 사건 장치 작동시간 및 구체적인 부작용에 관한 내용이 없다.’고 하는 등 제조물 책임법표시상의 결함요건사실 등이 포함된 주장을 하였고, 제조물 책임법은 민법의 불법행위책임과 달리 고의 또는 과실이 아니라 결함을 기본 요건으로 하여 결함의 존재 및 그 결함과 손해와의 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완화하므로 그 적용 여부에 따라 소송의 승패가 달라질 수도 있는 중대한 법률적 사항이기도 하다. 환송 후 원심으로서는 불법행위에 관한 민법의 특별법인 제조물 책임법을 적용할 수도 있음을 고려하여 쌍방에게 이에 관한 의견 진술 기회를 부여하면서 제조물 책임법에 의한 손해배상책임 성립 여부를 심리·판단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여 둔다.

 사과 손해액 산정 기준 시점에 대하여 살펴보면,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장치 가동을 멈춘 2020. 4. 23. 피고의 불법행위가 완성되었고 그 결과도 발생하였음을 전제로 위 날짜를 기준으로 원고의 손해액을 산정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위법한 가해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상 불이익, 즉 그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그 위법행위가 가해진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며, 그 손해액은 원칙적으로 불법행위 시를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91828 판결 등 참조). 다만 불법행위 시와 결과발생 시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에는 결과가 발생한 때에 불법행위가 완성된다고 보아 불법행위가 완성된 시점, 즉 손해발생 시가 손해액 산정의 기준 시점이 된다(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365710 판결 등 참조).

 손해의 발생 시점이란 이러한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시점을 의미하는데,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076368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1심 변론과정에서 피고가 감정방법으로 창고 내 사과 전수조사를 요구하였고, 원고는 제1심 감정인이 창고 내 사과 전부에 대하여 갈변증상 등이 있는지 조사를 마친 2020. 7. 3. 증상이 나타난 사과를 포함하여 판매 가능한 사과를 매각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며, 이 사건 장치 가동 당시 발생했던 오존으로 인해 뒤늦게 추가적인 증상 발현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 원고가 매각한 시점이나 방법이 피고에게 불이익이 되도록 하려는 것이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도 찾을 수 없다.

 다) 원심판결에 의하더라도, 원심이 인정한 피고의 과실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액은 원고의 사과에 갈변증상 등이 없었을 때 예상되는 판매금액에서 갈변증상 등이 나타난 원고의 사과를 판매하여 회수하였거나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을 뺀 금액이라는 것이고, 위 사실관계를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면, 원고가 판매 가능한 사과를 매각한 시점에 원고의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손해액 역시 위 시점을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이 원고의 손해액 산정 기준 시점을 이 사건 장치 가동 중단일이라고 판단한 것은 불법행위에 있어 손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원고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적으로 원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 중 사과 손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나머지 상고 및 피고의 상고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 시사점

 이 판례는 사과농장에서 수확한 사과를 보관하는 저온창고에 설치한 플라즈마(오존) 발생장치로 인하여 오존이 주된 원인이 되어 창고에 보관된 원고의 사과에서 갈변증상 등이 발생하였고, 2020. 4.100상자를 조사한 결과 증상이 나타난 피해 사과가 약 63%라고 함.

 원심법원의 판단에 오류가 두 가지 정도 인정되었는데, 하나는 민법의 특별법인 제조물책임법을 정용하지 않은 점과 둘은 손해의 발생 시점이란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시점을 의미하는데,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함에도 이에 대한 잘못된 판단이 있다는 점임.

 첫째, 원고는 피고가 교부한 사용설명서에는 원고의 창고와 사과에 적합한 이 사건 장치 작동시간 및 구체적인 부작용에 관한 내용이 없다.’고 하는 등 제조물 책임법표시상의 결함요건사실 등이 포함된 주장을 하였고, 제조물 책임법은 민법의 불법행위책임과 달리 고의 또는 과실이 아니라 결함을 기본 요건으로 하여 결함의 존재 및 그 결함과 손해와의 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완화하므로 그 적용 여부에 따라 소송의 승패가 달라질 수도 있는 중대한 법률적 사항이기도 함에도 이를 잘못 적용한 점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함. 환송 후 원심으로서는 불법행위에 관한 민법의 특별법인 제조물 책임법을 적용할 수도 있음을 고려하여 쌍방에게 이에 관한 의견 진술 기회를 부여하면서 제조물 책임법에 의한 손해배상책임 성립 여부를 심리·판단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여 두었음. 이는 매우 타당한 대법원 판단으로 생각됨.

 둘째, 원고가 입은 손해액은 원고의 사과에 갈변증상 등이 없었을 때 예상되는 판매금액에서 갈변증상 등이 나타난 원고의 사과를 판매하여 회수하였거나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을 뺀 금액이라는 것이고, 위 사실관계를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면, 원고가 판매 가능한 사과를 매각한 시점에 원고의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손해액 역시 위 시점을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함.

 그럼에도 원심이 원고의 손해액 산정 기준 시점을 이 사건 장치 가동 중단일이라고 판단한 것은 불법행위에 있어 손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 상고심(대법원)의 판단은 적절하다고 생각됨.